조혜진

작업노트

내가 기록하고 만드는 것들은 우리들에게서 소외되어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의미에 초점을 맞춰 사물들과 잊혀져가는 
대문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우리 모두가 드나들었을법한 혹은 쓰고 버렸을법한 사물과 공간을 해석하는 작업은 내게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에 가장 슬프게 여겨지는 집은 이사 후 힘없이 허물어졌던 낡은 기와집이었다. 그 집 대문문턱이 어찌나 낡았는지 
우리가 떠나고 남은 빈자리엔 왠지 모를 그리움과 향수가 사무쳤다. 집을 그리워하면서 나는 다시는 상처받지 않을 공간에 대해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죽지 않는 이상 나를 떠나지 않을 공간은 내 마음대로 작게 축소되어 내방 한구석에 놓여있었다. 내 마음속 추억이 
깃든 공간은 크지 않아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리워하는 집은 언제나 그곳에서 사진과는 또 다르게 나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떠나야만 했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나가면서 나는 그집착을 이렇듯 내 스스로 정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특히 그 공간들의 시작이 되는 ‘문’이란 존재는 내게 세월과 
시간을 머금고 사라져가는 추억이자 예술적 의미가 되어주었다. 턱이 다 닳아 없어져 버린 철 대문, 겹겹이 쌓인 페인트칠이 애틋한 
나무대문, 오래된 건너편 이용원의 낡은 유리창에서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시트지까지 세월의때가 묻은 주변의 공간들은 나에게 무한한 
영감을 준다. 나의 축소된 삶의 파편과 같은 건물들은 현재의 우리의 공간 안에서 축소되어 나타나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 추억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작품이미지

작품을 클릭하여 감상해 보세요

청주시 수동_버려진 나무에 잊혀지는 풍경을 기록한 작품

흔적_오래된 대문을 축소해 설치한 작품

이용원_영업이 끝난 오래된 이용원의 풍경을 축소해 표현한 작품

Wooden horse_버려진 목마를 돕기 위한 설치작품

조혜진
 west1228@naver.com

[학력]
2007  목원대학교 서양화전공

전시경력

[개인전]
2020  ‘기이한 풍경’ 온라인전시, 세종시문화재단, 세종
2012  ‘봉황동 200-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09  ‘작은공간에 물들다’ 대안공간 반지하, 대전

[단체전]
2017  ‘여름전’ 이미정갤러리, 공주
2013  ‘그곳의 온도’ 유중아트센터, 서울
2012  ‘next code’ 청년작가전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상하이 비엔날레 인터시티 프로젝트’(대전) 상하이 
             제 6기 입주작가 ‘점령展’ 청주 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1  ‘근대의 숲 충정로를 거닐다’ 대안공간 충정각, 서울
             ‘게스트 & 게이트’ 산호여인숙, 대전
2010   ‘소통-첫번째 공유’ 성북예술창작센터, 서울
             ‘그대 앞의 세상 문을 열어요’ 한밭도서관, 대전
             ‘부재중-In Absentia’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흔적의 발견’ 대안공간 충정각, 서울

기타

2012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